2013. 11. 7. 13:09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메멘토



살인자의 기억법

저자
김영하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3-07-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첫 문장의 강렬함이 채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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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늦은 감이 있지만, 며칠전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었다. 마음만 먹으면 금방 다 읽을 수 있을 것인데, 만약 지하철 2호선안에서 읽게 된다면, 한바퀴 다 돌기 전에 읽을 수 있으리라. 내용은 책 제목 처럼 자극적이진 않고, 그냥 무덤덤한 나레이션 위주로 진행된다. 물론, 제목처럼, 화자인 "나"는 흔히 "싸이코패스"라 알려진 연쇄 살인범이다. 만일 다른 일반인(예를 들어, 신문 기자)을 통한 3인칭 관찰자로 씌어졌다면, 다소 자극적이지 않았을까. "싸이코패스"의 "살인"은 그냥 무덤덤한 일상, 그자체이다. 그러니 글도 "무덤덤"할 수 밖에.


글도 간결하고, 속도감 있으나 아직 한번 밖에 읽지 않아 깊은 속뜻을 파악하지 못했다. 나름 반전이 있음으로, 두번은 읽어야 할 듯 하다. 여하튼, 읽으면서 "이거 우리 같은 종족이잖어"라고 무릎을 탁 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멘토이다.



메멘토 (2001)

Memento 
8.7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가이 피어스, 캐리 앤 모스, 조 판톨리아노, 마크 분 주니어, 러스 페가
정보
스릴러 | 미국 | 113 분 | 200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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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는 워낙 유명한 영화라, 굳이 설명을 들이진 않기로 한다. 불의의 사고로 뇌를 다치게 된뒤, "기억이 몇분을 넘어가지 못해요" 증상이 생긴 남자 이야기인데, 시간 구성이나 디테일등이 매우 띄어난 영화이다.

나는 메멘토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 바 있다.

  • 알려진대로 "기억이 몇분 넘어가지 못하는" 영화가 아니다.
  • 끔찍한 기억에 대한 보상 현상으로 "기억의 조작"에 대한 영화이다.
    ; 넘어져 다치면 피가 나서 딱지가 생기는 이치로, 사람은 끝없이 생존을 향하게 되는데, 마음도 마찬가지다.
    즉, 끔찌한 기억으로 생존조차 힘들어지면, 그 기억을 조작하여 "생존"을 유도하게 되는 현상이다.
  • 주제는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 그러나 주인공은 영화상 마지막(러닝 타임의 마지막)에 "기록"을 지운다.
  • 주인공이 우리에게 묻는다.
    "너의 머릿속에 있는 기억은 100% 진실인가? 얼마만큼 조작되어 있는가?"
  • 주인공이 역사책에게 묻는다.
    "역사책 속의 사실은 어디까지 진실이고, 얼마만큼 조작되어 있는가?"


[스포일러 주의]

아마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어보았다면, 위 항목들과 연관하여 생각해 보면 보다 색다른 해석을 얻을 수 있을것 같다. 주인공인 "박주태"와 딸 "은희"는 치매로 인해 관계가 맺어졌는지, 치매 이전 부터 맺어진 관계인지... 추리를 해봐야 할 것이다. "박주태"는 "교통 사고"로 살인을 그만두게 되는데, 아마도 그때 "반작용"으로 가상의 기억이 심어진것은 아닌지... "반작용"이 작용했다는 것은, "교통 사고"로 인해 좀더 그가 "인간적"으로 변모했다는 뜻일런지. 혹은 뒤죽박죽된 기억 속에서, 실제 "은희"를 살해한뒤 그 반작용으로 기억이 조작되었는지 모른다. 여하튼, "교통 사고"나 "치매"와 같은 사건들은 실제 진실인지 거짓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기록(기억)이 조작되었으므로. 만일 "위대한 개츠비" 처럼 3인칭이면 믿을만 하겠지만... "박주태"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여하튼 가장 일반적인 견해는 "치매"로 인한 "기억 소각, 훼손"으로 판단하는 것이 맞으리라. 허나, "메멘토"를 생각한다면, 그냥 단순히 넘길 얘기는 아니다. 무엇이 진실이냐? 거짓이냐? 이것이 중요하진 않다.

"당신의 기억. 믿을 수 있나?"


- Remember Sammy Jankis...